사령부귀틀집에서의 청수봉전

조선의 민족종교인 천도교에서 천지의 근본을 상징하는 청수를 놋그릇에 떠서 천지의 은덕을 잊지 않으려는 맹세를 다지는 교인들의 청수봉전은 단 하루도 어길수 없는 법도였다.

하지만 이 청수봉전이 다른 곳도 아닌 조선인민혁명군 사령부귀틀집에서 진행되였다는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것이다.

주체25(1936)년 11월 어느날 사령부귀틀집에서 천도교 박인진도정일행을 만나주시던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께서는 21시가 되오자 청수를 준비하도록 하시고 박인진도정에게 청수봉전할 시간이 되였다고 말씀하시였다.

너무도 뜻밖의 말씀에 도정은 천도교를 숭상하지 않으시는 장군님의 군영에 와있으면서 어떻게 감히 청수봉전을 하겠는가고 말씀드리였다.

위대한 수령님께서는 수십년간이나 지켜온 법도를 우리 밀영에 왔다고 해서 어떻게 어기겠는가고, 어서 마음놓고 주문을 외우라고 하시였다.

그래도 도정이 거듭 사양하자 그이께서는 《조국광복회10대강령》에도 인륜적평등과 신앙의 자유보장을 밝히고있는데 무신자의 앞이라고 하여 신앙심이 남달리 강한 도정님이 평시의 법도를 단 한번만이라도 소홀히 하게 되면 자신께서 오히려 미안하지 않느냐고 거듭 청수봉전을 권하시였다.

청수봉전후 도정은 장군님과 같은 무인이 천도교의 법도를 이처럼 존중해주시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되였다고 자기의 솔직한 심정을 고백하였다.